봄에는 저승문을 활짝 열어둬라 - 김종건
봄에는 저승문을 활짝 열어둬라 -김종건 봄에는 저승문을 활짝 열어둬라 겨우내 죽음에 저항하던 영혼들 목련꽃 쓰러지듯 연속적인 부음(訃音)을 전해온다. 살얼음처럼 이어지던 질긴 목숨의 저울질을 환생의 봄, 더는 견디지 못해 인연의 끝을 놓는가 동지에 숨을 접으면 남아있는 이들이 힘들까 이 눈물 나게 찬란한 봄까지 버티고 버티셨나 아침엔 저승문을 활짝 열어둬라 외로운 동면의 밤 죽은 자 없어 심심했던 사자(使者)들 봄눈 녹는 시내를 건너 한걸음에 달려오네 어이 갈까 어이 갈까 저 멀고 먼 구천 길 이 수많은 그리움을 남기고 어이 갈까 시체보다 더 하얀 목련을 보고 팠던 사람들 뚝뚝 미련의 꽃잎을 흘리며 스스로 관으로 들어간다 두려워 마라 황천이 멀다 하나 바로 앞 대문 밖인 걸 삶과 죽음은 한낱 신기루,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