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는 마지막 한 잎 - (淸 河)장지현 모두가 떠나간 자리 가랑비 작은 방울이어도 생을 다한 붉은 잎 버거운 듯 갈바람 따라 가버린 뒤란 마지막 사랑 불태움 속에 남아 이글대는 열기처럼 붉은 사랑 타오르던 기억을 못 잊어 남음이던가. 지난밤 무서리에 풀잎은 시들어 아직 남은 햇살에 조는 듯하여 맥 빠진 생명의 초상 뒤에 걸린 결실의 주머니 통통하게 살 오른 가을 물고기처럼 채워진 삶의 기다림에 희망이 샘솟는 이 가을날의 마지막 이파리 또 다른 계절을 위하여 채워둘 곳간의 준비이런가. 나목의 마지막 인사 세찬 비바람이 흔들어 깊은 상처 애처롭게 떠는 가슴 깊이 맺힌 사랑을 잊어버린 허전함처럼 기다리는 마음의 무게여 나처럼 홀로 가는 길동무나 되려나, 오늘도 애꿎은 가랑비에 가슴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