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몸 달아 본적 있느냐..황라현
나무와 몸을 섞고 있던 꽃잎들은
바람의 심한 질투에 살의를 느끼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다투며
스르르 시선을 떼고 몸을 떼어내고 있다
저 꽃들처럼 누군가에게
한바탕 몸 달아 본 적 있었냐고
저 꽃들처럼 몸부림친 적 있었느냐고
정녕 그러한 적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속삭이는 소리에 정신을 잃은 적 없었지
느슨하게 매달려 있으면서
늘 떠날 채비부터 서둘렀었지
가볍게라도 정 퍼주지 못한 것은
네 마음과 섞어질 줄 몰랐던 것은
실없는 변명 같겠지만
지병처럼 달고 살
붉은 슬픔이 두려워서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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