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관한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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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 - 김영길
내가 태어난 그리운 고향
고향 떠난 수 십 년에
또렷해지는 향수 세월이
흐를수록 그리움만 쌓여만 가네
놀이터 삼아 뛰놀던 뒷동산
어머니의 배내향이 흠뻑 젖어 있고
코에 익은 시냇가의 풀 비린내
흙냄새 풀 내음이 파고들어 온다.
노래하고 춤추며 거닐던
어린 추억의 학교 길 고향 하늘에
뭉게구름도 두둥실 오늘도
옛 추억을 기억할까
산야는 알고 있겠지
옛 고샅길 내가 살던 초가집은
사라지고 신작로는 직선으로
곧게 뻗은 고속도로에 산을 구멍 뚫어
직통선을 연결하여 옛길을 찾아
볼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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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 이승복
옛날 어린 시절에 한동네
순이와 학교 오가던 둑 길엔
들꽃 웃음이 파도처럼 다가서고
돌담 옆 앉은뱅이 민들레는
노란 웃음을 날리네.
막내 누이가
꽃목걸이 만들어주던 감꽃
향기가 울안 가득 적시는데
내 실던 옛집 지금은
외지인 강서방 집 되어
문패가 얼굴 곧추세워 막고 있네.
세월의 계절풍에
허공처럼 빈 집들 침묵하고
성(城)처럼 닫힌 내 집
그토록 눈에 밟혔던 내 집
물 한 모금 못 얻어먹고 돌아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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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 - 허영자
지리산은
오늘도 울었다
마지막
늙은 토벌대원이 죽은 오늘.
지리산은
한 달 전에도 울었다
마지막
늙은 빨치산이 죽은 그날.
차마
마주 보질 못하던 두 얼굴
형과 아우
칼빈총과 따발총
주의도 사상도 벗어놓은
늙은 곰배팔이와 절뚝발이
품에 품고 지리산은
그날도 오늘도 젖도록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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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나들이 - 최진연
방학이 되면
언제나 그랬듯이
고향에 한번 다녀와야지
세상모르던 어머니 태반 속
풋젓골 그 마을을 다녀와야 해.
누군들 다를까만 분주한 타향살이
어느새 나를 절인 그리움으로
떠났어도 내가 사는 거기를 가야 해.
유년부터 청년까지의 수많은
나두고 온 나를 만나러
어서 가야 해.
뛰놀던 앞산 뒷산 그 어디나 누워
마을 위로 떠돌다 흘러가는 흰 구름
내 걷던 오솔길 토끼똥도 찾아보고
노미 눈망울 같은 샘물도 만나러
반겨줄 이 없다 해도 다녀와야 해.
비행장으로 빼앗긴 복상골 못골
황새 왜가리 친구들과 함께
우렁이 줍던 논자리들은 어디쯤인지
그렁그렁한 눈물로 보고 와야 해.
내 영원한 고향에 돌아가 계실
어머님 무덤가에도 한번
누웠다 와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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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언덕 - 이원문
잊은 줄 알았던
고향 뒷산 길
누가 나를 어디에서 부를까
앞 냇가 파란 들
노을의 마당
밤이면 반딧불 논 넘나들고
마당에 동무들
다 모였었지.
잘잘못 다툼에 시끄러웠고
밤 목욕 누나들
부끄러웠나
할머니 따라 냇가로 가는 길
소쿠리 감추고
비누 감추고
우리들 가거라 쫓아 댔었지.
가버린 기억들
황금의 들녘
봄 보릿고개가 언제였더냐
그 추운 겨울날
부엉이의 밤
칼바람 불어와 웅크렸었고
봄이면 찔레꽃
파란 보리밭
냇가의 봄버들 어찌 잊을까
모아진 그 시절
울고 웃던 날
고향의 꿈 모아 다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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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 만수:강한익
가을 하늘 맑은 햇살
온몸 두르고
두둥실 뭉게구름
오라 하는 곳
옛살비 도갓집
정자를 찾는다.
수백 년 세월의 흐름 속에
숱한 인고의 사연을
가슴에 고이 간직한
정자 지기 팽나무
허름한 이웃의 슬레이트 지붕
허물어질까 두려워
사나운 북풍을 가슴에 안는다.
장군 멍군 세월 낚던
촌노들 어디로 가고
고난의 세월 흔적 드리워진
할머니 고개는
숙였다 세웠다 반복하는데
텃밭 넘어 빼꼼히 고개 내민
감귤나무 우듬지에
힘에 겨운 둥그런 열매
노란빛 연지로
치장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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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 심경숙
살랑거리는 바람
알알이 영글어가는 가을
텅 빈 툇마루 걸터앉아
바람의 소리를 담는다
이름 모를 풀벌레와 산새들
황금들녘 수채화가 가을답다.
뒤뜰에서
밤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까만 고무신 신고 밤 주우러 나선다
송이 탈출한 알밤 형제
바람결에 후드득 기와지붕 위로
굴러내리니 손녀들도 신났다.
들녘은 누렇게 익어가고
고향의 가을은 이렇게
자연의 순리대로 스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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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리 고향 - 심의운
돌아가리 돌아가리
선조에 혼이 담긴 곳
뼛속까지 스며드는 사랑 담긴
고향 청송 땅으로 가리라
풀 속에서 향기를 맡고
흙 속에서 다시 태어나리
들 산 보이는 곳으로
그대가 진성 참 청인이로다
나도 너도 따라가리
산과 들 논밭 2,000평 기다리는
고향 개미땅으로 돌아가리
매실이 꽃이 나를 반겨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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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 고연주
저녁놀 숨어든 마을에
개 짖는 소리 들리고
어머니 앞치마 같은 갈바람에
구절초 향이 먼저 반긴다
집 앞 샘물은 마르지 않고
초승달 그 안에 동동 떠있다
그림자는 고무줄놀이로
짧아졌다 길어졌다 하다가
숨바꼭질하느라 숨어버리고
살금살금 걷는 걸음은
가슴속 깊이 숨어있던 어린 시절
추억의 마당에 동네 친구들
서로 다투어 얼굴 내민다.
햇살 늘어진 툇마루에
짙게 물든 단풍잎 하나
쓸쓸히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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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고향 - 신창홍
아는 이 하나 없어
지나치는 옛 고향
뒷산 봉우리는 낮아지고
산자락 끄트머리 개울은 오간 데 없어
바람도 흔적을 못 찾고 배회하는 오후
담벼락 없던 동네
같이 웃고 울던 기억 아련한데
눈길 가는 곳엔 건물들로 가로막혀
옛날 장에서 돌아오는 아버지 모습에
달려 나갔던 들길은 이미 자취도 없다.
마을 어귀 햇볕에
그을린 채송화와 쑥부쟁이
이정표 걸려 있던 플라타너스
나무와그 아래 그늘 삼아 앉아 있던
할머니들기억 속에서 가물거리고
마을 우물가 마주치면
상기되던 소녀의 모습은
긴 시간이 지나도 간절하게 남아 있는데
어린 시절 흔적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이제는 나에겐 잊힌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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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서서 - 靑心:장광규
사람이 사람을 외면하고
무관심으로 내버려 두면
따돌림당하는 사람은 혼자된 느낌이네.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
사람끼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가 태어난 땅에서도 나타나니
서운한 마음 아쉬운 마음이네.
그 뛰놀던 곳을 떠나 살면서
어쩌다 한 번쯤 찾아올 때면
촌로들의 반김만 있을 뿐
아이들 노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산천은 등 돌린 채 먼 곳만 바라보고 있네
바쁜 일상에 매달려 너를 잊었지만
그리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겠는가.
언제나 변함없이 가까이하고픈
포근한 너의 품과 다정한 나의 마음으로
애당초처럼 우리는 서로 어울리며
웃음의 꽃은 피어나야 하기에
나그네 너의 곁으로 자주 오련다
이제 돌아서서 마주 보며 포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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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생각 - 鞍山:백원기
밀려오는
그리움에 어찌할 줄 몰랐다.
나를 사랑하시던 내 부모와
형제자매가 기다리고
그때 살던 이웃 사람들도
그대로 있을 것만 같은 그리움이
쓸쓸한 바람에 슬픔이 된다
회자정리의 의미를 보여 주는 듯
공허함이 물밀듯 밀려온다
일제와 민족상잔의 고통에서
견뎌내신 내 부모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이곳 따스한 체온
연극배우의 무대처럼
시간이 지나면 불은 꺼지고
두꺼운 커튼은 드리워져야 하는지
밟고 지나가며 들여다보면
뜨겁게 달려드는 옛 생각에
파묻혀 꿈을 꾸며 세월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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