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나무..도종환
꽃나무라고
늘 꽃 달고 있는 건 아니다.
삼백예순닷새 중
꽃 피우고 있는 날보다
빈 가지로 있는 날이 훨씬 더 많다.
행운목처럼 한 생에 겨우
몇 번 꽃을 피우는 것들도 있다
겨울 안개를 들판 끝으로
쓸어내는 나무들을 바라보다
나무는 빈 가지만으로도 아름답고
나무 그 자체로 존귀한 것임을 생각한다.
우리가 가까운 숲처럼 벗이 되어주고
먼 산처럼 배경 되어주면
꽃 다시 피고 잎 무성하겠지만
꼭 그런 가능성 만으로
나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빈 몸 빈 줄기만으로도
나무는 아름다운 것이다.
혼자서 버림받은 듯
바람 앞에 섰다고 엄살떨지 않고
꽃 피던 날의 기억으로 허세부리지 않고
담담할 수 있어서 담백할 수 있어서
나무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꽃나무라고 늘 꽃 달고 있는 게 아니라서..
모든 나무들이 다 꽃 피우고 있는 게 아니라서...

'나눔*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쁘다고 그리움까지 잃고 살지는 말자.. (0) | 2008.04.01 |
---|---|
우리가 가지고 사는것은 무엇인가..김종선 (0) | 2008.03.31 |
아픈만큼 삶은 깊어진다.. (0) | 2008.03.24 |
사랑은 줄수록 아름답다.. (0) | 2008.03.21 |
행운을 끌어 당기는 방법 - 김현수 (0) | 2008.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