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좋은글♤

고향 - 정지용

행福이 2008. 10. 29. 15:09

고향 -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이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먼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동방평론> 3호(193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