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낭송시◇

폭설 - 오탁번/낭송:이인철

행福이 2010. 1. 8. 19:19

https://m.youtube.com/watch?v=d0_7C1k4iMI

✔️....폭설 -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
눈이 좆나게 내려 부렸다니까!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 불었소 잉!

어제 온 눈은 좇도 아니니까
싸게 싸게 나오쇼!

온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 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좇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다니까!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