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
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
내 겨드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 이라든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갈아엎는
치통이라든가,
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
수업 끝난 오후의
자장면 냄새 같은 거,
내 몸에 들어와서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마구 양푼 같은
내 가슴을 긁어댈 때가 있네!
사내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네,
고대광실 구름 같은 집이 아니라,
구름 위에
실컷 웅크리고 있다가
때가 오면 천하를
때릴 천둥 번개 소리가 아니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오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서러워져
소주 한 잔 마시러 가네!
소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이 저의 감옥인 줄도 모르고,
내 몸에 들어와서
나를 뜨겁게 껴안을 때가 있네!
- 시집, <바닷가 우체국>(문학동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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