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내고장△

[스크랩] 한강의 기적 이끈 근대문화유산 당인리발전소.. 대체건설 지연시 수명연장해 운영해야(에너지경제)

행福이 2010. 7. 13. 09:43

     

[현·장·취·재]‘외롭고 높고 쓸쓸한’ 화력발전의 長男--서울화력발전소
2009년 05월 14일 (목) 19:07:29 최승현 기자 trollss@ekn.kr


‘한강의 기적’ 이끈 근대문화유산 ‘당인리화력발전’

중부발전 “대체건설 지연시 수명 연장해 운영”


 

   
▲ 단합대회를 연 발전소 직원들이 1,2,3호기 터빈 앞에 줄지어 앉아 만찬을 들고 있다. 위 사진은 서울화력이 보관하고 있는 기록물로 정확한 연도는 알수없다. 사진제공 = 서울화력발전소

 “서울화력의 앞날을 생각하니 발전소 앞 밤섬처럼 돌연 쓸쓸해지네요.” 밤섬은 80년 전에도 있었고 80년 후에도 있겠지요. 하지만 서울화력의 존폐 여부를 알 수 없으니 쓸쓸해질 수밖에요”
-발전운영팀 K 과장

“이전요? 아쉽지요. 발전소 내부에서 일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보일러실에서, 터빈실에서, 마누라 몸보다 더 많이 쓰다듬었던 기계들에 선배들의 손길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요. 그 손길도 이전이 되나요? 앞으로의 희망이요? 발전소의 장남격인 당인리발전소가 계속해서  이곳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기계팀 L 과장


당산철교 밑으로 푸르딩딩한 강물이 떠가고
당인리 발전소 저켠 치솟는 굴뚝 연기들이
사쿠리꽃처럼 화들짝 꿈틀거리고 있다


나는 일순 덜컹이다가 쓰라린 공복을 어루만졌다./나는 지금 한 마리 낙타로/ 인생이라는 신기루를/ 무사히 잘 건너가고 있는가?/ 옛사랑이 다만 흐릿하게라도 남아 있는 한/ 세상을 사는 존재의 형식을 되묻지 말아야 한다.” 이승철 시인은 당산철교에서 한강을 사이에 두고 뭉개뭉개 연기를 피어올리는 서울화력(舊 당인리발전소)을 바라보면서 전형적인 386세대들이 갖고 있는 도시적 감수성을 극도로 절제된 비유를 곁들여 시로 승화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불완전한 삶과 생 곳곳서 묻어나는 사랑의 흔적을 시인은 당인리 발전 고연돌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백연과 사막을 걷는 낙타(발전소를 닮았다)를 상상하며 떠올린다. 이 시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 빈곤과 공허감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잘 그리고 있다.

이 시가 값지게 다가오는 이유는 자본주의 논리에 점철된 도시개발과 지역이기주의로 근대산업의 유산물인 당인리 발전소가 현재 존폐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리라.

시인은 시에서 ‘세상을 사는 존재의 형식을 되묻지 말아야 한다’고 읊조린다. 서울화력과 본사인 중부발전을 제외한 지자체, 정부부처, 지역 주민 그 누구도 보존 여부와 관련해서는 NO 사인을 보내고 있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당인리 발전소(現 서울화력)에서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 노래가 들려온다.  “돌아보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하나 첫사랑 떠나간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

   

나는 일순, 덜컹이다가 쓰라린 공복을 어루만졌다
나는 지금 한 마리 낙타로 인생이라는 신기루를
무사히 잘 건너가고 있는가

국내 최초의 대용량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舊 당인리발전소)은 1930년 11월 28일 1호기(1만KW, 폐지)준공을 시작으로 35년엔 2호기(1만2500KW, 폐지)가 56년에는 3호기(2만5000KW, 폐지)가 설치됐으며 69년,71년에 준공된 5호기(25만KW)와 4호기(13만7500KW)는 93년에 주연료원이 저유황유(LSWR)에서 LNG로 전환돼 현재까지 수도권의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5만여 세대의 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다.

서울화력은 수도 서울의 유일한 발전소이자 한강이북지역 비상전원공급원으로서 수도권 지역의 마지막 전력 요충지다. 이와 더불어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바지랑대 역할을 하고 있어 수도 서울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국가기반시설이다. 이런 필요성 외에도 서울화력은 한국의 근대산업을 일으킨 주역으로서  개발 경제 시대에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또한 서울화력의 전신인 당인리발전은 마포 지역 문화발전에 적지 않게 기여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마포구는 1930년 이후 80년간 지역발전을 가로막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강에 황포돛을 단 배가 오가던 황량한 벌판이었던 이곳에 발전소가 들어서고 1923년 3월 용산-당인리간 왕복 용산이 만들어지면서 발전소 일대는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당인리 화력발전소에 쓰는 물자운반용 철도를 개통하는 중간기점인 동막역(지금의 대흥동 굴다리 부근)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일대도 1970년대 당인리 화력발전소에 석탄을 나르던 철로 옆에 들어선 뒤 이곳은 문화활동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서교동에서 30여년 간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김규삼(66세, 대흥동) 씨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발전소로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기차길에 40년 전에는 여객열차가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과 달리 60~70년대에는 당인리발전소가 지역 자랑거리였다”며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 냈다. 
당인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순복(여, 69세 )씨는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에 점포가 늘면서 상권이 형성된 것은 발전소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8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서울 곳곳서 발전소를 구경하러 많이들 찾아왔었다”고 설명했다.

옛사랑이 다만 흐릿하게라도 남아 있는 한
세상을 사는 존재의 형식을 되묻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11년 12월까지 서울화력을 이전키로 확정했다. 당초 방안대로라면 서울화력은 ‘문화창작발전소’ 조성 계획에 따라 현재 부지 지하에 천연가스를 태우는 복합화력발전소를 짓고 지상에 문화공간을 꾸미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마포구 측은 발전소의 폐쇄 또는 이전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경부는 지난해 10월 발전소를 지하화하지 않겠다고 밝혀 문화창작발전소 건설 계획에 따른 기대가 일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이유는 발전소를 지화화한 선례가 없어 위험성이 뒤따르며 주민 민원이 심하기 때문이라는 게 지경부의 설명. 현재 서울시 소유인 고양시의 난지물재생센터 여유부지 12만㎡에 신축.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견이 분분한 상황.

   
이와 관련 서울화력발전소 박형구 소장은 “고양시 난지물재생센터내 대체 건설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이전 완료 예정 시일인 2011년 12월까지 대체건설이 완료되지 못하고 지연될 경우 서울화력발전소를 보존하는 동시에 수명을 연장해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고양시 난지물재생센터 부지를 서울화력 이전 대상지로 선정하기 위해 고양시에 대한 여러 지원책을 내놨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화력측은 현재 서울화력 전직원이 수시로 이전 지역 지자체 관계자 및 주민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전 문제와 관련 지난 1일 지경부 T/F 팀이 실무회의를 가졌지만 이날도 뚜렷한 대안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석상에서 서울시는 처리장 복개를 위해 소요되는 1500억원을 각각 분담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양시에서 감정적인 이유로 발전소 이전을 반대한다고 판단한 서울시가 지역 간 마찰을 풀기 위해 서울시가 고양시에 당근을 건넨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서울시가 시내에 있던 폐기물처리 시설을 여러 번 고양시로 이전해 주민의 반발이 거셌지만 서울 시내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복개 등 악취 제거방안에 등한시한 결과 서울시와 마포구에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관리실 이정호 실장은 “서울화력은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시설이기에 문화유산으로 봐야 한다”며 “구성원 모두가 편협된 시각을 버리고 발전소가 발전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출처 : 당사모(전력사의 국보 당인리발전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글쓴이 : 써니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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