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도 꽃은 피는가 - 雪花:박현희
말라 비틀어져
앙상하게 뿌리만 남은
그루터기 고목에도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돌고
연녹색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
새순 새 가지에
꽃이 피고 새들이 날아들면
열릴 것 같지 않던 열매도 열립니다.
영혼과 육신을
불태우는 열정적인 사랑은
혈기왕성한
청춘 남녀들만이 누릴 수 있는
감정이나 특권은 아닐 테지요.
몸이 늙어 마음마저 늙는다면
어찌 서럽지 아니할까요.
하지만 몸은 비록 늙어도
마음만은 늙지 않는 것은
신께서 내려주신
커다란 은총인가 봅니다.
그루터기 고목에 새 가지 돋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
사랑이란 화려한
감정을 나이와는 무관하게
언제든 꽃 피울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중년이나 노년에 맞이하는 사랑이
비록 아픔으로 다가올지언정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설렐 수 있는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음은
이 또한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는
소중한 생명의 깨달음이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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