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움♤

가을비 관한 시 모음

행福이 2007. 4. 18. 18:47

가을비 - 김인숙

빗소리가 들린다.
빗소리 하나만으로
설레는 커피 향기를 마시며
가을 길을 함께 걷고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자꾸만 뒤돌아보며 손짓하는
아쉬운 안녕을 적시며
저 높은 곳에서
이 낮은 가슴에
촉촉한 노랫소리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 오광수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님의 얼굴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나를 향해 있을 님의 눈에는
보고픔이 하나 가득 눈물이 되어
이렇게 하늘 구름 따라
내 앞에서 내리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님의 목소리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나를 위해 부르시는 님의 노래는
그리운 맘 하나 가득 빗소리 되어
이렇게 하늘 바람 따라
내 앞에서 들리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님의 마음을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손을 잡고 있진 않아도
나를 항상 찾는 님의 손길이
기다리는 마음 가득 사랑이 되어
이렇게 하늘 빗물 따라
내 맘에서 흐르기 때문입니다.

가을비 - 아연 :오인숙

가을에는 태풍이 많아
익은 벼가 쓰러져 누워
농작물 피해가 잦았었지
새벽에 일어나서야
비가 내린 줄 알았네
곤히 잠든 탓일까
가을비는 힘없이
소리 없이 내린다.

봄비는 아이처럼
찰박찰박 내려
잠자는 대지를 깨우고
땅을 부드럽게 하여
씨앗이 고개를 내밀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여름비는 청년을 닮은 듯
천둥 번개를 동행하여
쏟아지는 힘 실은 빗소리
투닥투닥 내리지 않든가

가을비는 힘이 없다
이제야 깨달았네
가을비는 힘이 없이
고스란히 내린다는 걸
힘없는 가을비를 맞으면
나뭇잎은 뚝뚝 떨어진다
지천명을 넘긴 후에야 알았네
가을비는 힘이 없다는 것
스치는 바람에도 나뭇잎은
물이 들고 비 한 방울에도
낙엽이 진다는 것을..

가을비 - 유영서

어디쯤 내린다
가을비
빛바랜 가랑잎
하늘만큼 적셔놓고
돌아서 가는 임
빗소리로 따라가다가
배웅하는 내내
나 홀로 깊어져
발 그림자 붙잡고
단풍처럼 울고 있다

가을비에 우는 나무 - 장미숙

비는 내리는데
여름의 상처 불려 씻어도
가슴속의 판화
폭우로도 씻어지지 않아
찬비에 몸 기대고
고개 숙이는 후회
아프게 지나가는 바람 뒤로
흔들리던 자국을 털어
가을비 내리는 날이면
뜨거운 눈물을 섞는다
아직도 피우지 못한 꽃은
가슴에 그대로 둔 채
축축한 계절은 간다.

가을비 - 김남극

늦가을 비가 오고 추위가
거미처럼 천장에 매달리면
나는 몸을 둥글게 말아 엎드려
바닥을 지나는 소리를 듣는다
물소리는 말라가고
그 속에 어떤 울음도 그쳐가고
내가 버린 슬픔도 차츰 멀어져 가는데
그 소리 속에 자꾸 내 몸도
마음도 들어가서는
최대한 몸을 말아 넣고
구부러진 곡선만큼
세상을 껴안아 보려고
손아귀에 힘을 줘 보는데
자꾸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저 슬픔들
멀리 혼자서 꺼이꺼이
우는 저 슬픔들을
다 내가 감당하지 못하니
서늘한 이 늦가을의 빗소리는
자주 꿈속까지 그 영역을 넓혀오고
난 또 몸을 더 둥글게 말고 엎드려
그 소리를 밤새 듣는다

가을비 - 안재동

시월 막 들어선 날 하오 들녘
대추나무며 감나무에
동굴 천장에 붙어 자는 박쥐 떼처럼
농익은 대추랑 감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을씨년스러운
가을비 한 줄기에 금세
싸늘히 떨고 있다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던져진 계란처럼
짧은 시간에 완숙되는 가을이다
분수대를 지키고 선 은행나무들
알몸을 젖고 간간이 부는
찬바람에 뼈마디가 시리다.
모세혈관 막혀버린 잎새들
바람에 다소 반항하다 먼지처럼
너풀대며 떨어진다
굴삭기에 움푹 파인 아파트
공사장 한편
바람에 쫓겨 다니던 황갈색 잎새들이
파고들어 가을비에 젓갈처럼 저려진다
그 위로 지나는 풀벌레들 애절한 박자
가을비는 길지 않다
가슴속 가득 찬 욕심 오만 미움 갈등
씻기 우도록 우산 내던지고
환부를 자르기 위한 수술대에 오르듯
가을비 속에 서 있고 싶다
가을은 잉태한 것을 거두어 간다

가을비 내리는 날 - 靑山 :손병흥

만추를 재촉하는 가을비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
소소한 풍경이 더욱 가슴
와닿는 고독의 계절
문득 떠오르는 옛 추억들
오래도록 회상해 보다
나처럼 애처로이 비에
젖어버린 저 잎사귀처럼
그렇게 다짐해도 잊지 못해
그리움에 잠겨버린
그대 작은 가슴 하얀 미소
정다웠던 그 눈길
오늘같이 시린 바람 불고
날씨 스산할 때면
새삼 갈잎 배 되어
더욱 또렷이 생각나는
왠지 가슴 한편 돼 뇌이던
잊혀진 그 얼굴
어김없이 찾아 듣게 되는
미묘한 그 노래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는 대중가요
애잔한 마음속 한없이
스며드는 이 가을날
유난히 그리운 사람
그리워해 보는 빗방울.

가을비 - 박광현

가을비가 내리는 가을밤
길가를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차가운 밤비를 맞으며
밤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짧은 가을은 더욱더 짧아질 테죠?
그래도 가을비가 내리면
좋아지는 건 왜일까요.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가을은 더 깊어질 테고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더 곱고 짙은 색깔의 옷으로
가을을 장식하겠죠
창밖에 뿌려지는 가을비에
그대 향한 그리움을 적셔 보려 합니다.
잊으려 노력해도 잊히지 않는
그대 향한 그리움을 감추려
오늘밤 내리는 빗소리에
내 마음 실려 보내려 합니다.

가을비 내리는 날 - 海峰:장운식

이렇게
가을비 내리는 날엔
공연히 눈물이난다
지난날 아픈 이별이 떠올라
서러워 흘리는 눈물처럼
우두커니
홀로 기대선 창가로
흉중에 담아둔 그대 그리움이
먹먹한 애린 가슴속으로
젖고젖어 흘러 내린다
하염없이 동백꽃 바라보며
떠나간 그님을 그리다가
부질없는 헛된 상념에
안타까운 마음만 적시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