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버섯처럼..이효녕
비가 내린 뒤
추석 성묘 길 산비탈
썩은 솔잎 뚫고 고개 내민 버섯
그늘 아래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한동안 바라보노라면
시간을 넘겨 낙화하고
형체를 잃어버리기도 한 채
그늘을 떠도는 것이
어쩜 내 인생의 모습이다
한 번의 세상 구경으로
쉽게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남긴 생의 끈처럼
살아 있는 마음으로 그늘에 피워
아슬아슬하게 몸을 지탱하며
누군가 기다리듯
버섯은 나처럼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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