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움♤

[사랑시]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도종환

행福이 2006. 10. 3. 11:09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 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 번
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오는 바람 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 가난한 몸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많은 날을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가라지풀 가득한
돌 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 흘리게 합니다.

풀잎 하나가 스쳐도 살을 비히고
돌 하나를 밟아도 맨살이 갈라지는 거친 벌판을
우리 손으로 마르지 않게 적시며 가는 길 입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깨끗이 괴로워해본 사람은 압니다.


수없이 제 눈물로 제 살을 씻으며
맑은 아픔을 가져보았던 사람은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며 사랑하는 일도 그렇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