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가(十字架) - 윤동주
쫒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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