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움♤

벚꽃에 관한 시모음

행福이 2008. 3. 8. 09:17

🌸°°밤벚꽃 - 도혜숙°°🌸

해는 이미
져버린 지 오래인데
벚꽃은 피고 있었다

와∼
벚꽃이 팝콘 같다

아이들 떠들썩한 소리에
갑자기 까르르 웃는 벚꽃

다시 보니 참
흐드러지게 먹음직스럽다

🌸°°벚나무 - 김검수°°🌸

이보게
4월 초순에
통도사 극락암 가보세
영축산
품은 영지 앞
골 깊은 상처 다 덮어 두고
무량한 꽃송이 가지마다 밝혀
고목으로 서 있는
부처 한 분 계신다네
우러러 보는 중생들
꽃구름 태워
  극락정토 인도 하는...


🌸°°벚꽃 길에서 - 신계옥°°🌸

뽀얀 벚꽃 길
환한 웃음따라 혼자 걷다가
문득 생각나는 그리움
시간을 거슬러
긴 세월을 뛰어넘어
마당엔 그대의 환한 미소
구리 빛 팔에 힘줄 솟도록
움켜 쥔 대패의 각도에 따라
거친 나뭇결의 퉁명스러운 반항
좀처럼 자리 내주지 않으려
턱 턱 치받다가
퉁 퉁 튕기다가
익숙해지기 전엔 절대로
만만치 않은 나무 다루기
아버지의 삶도 그랬으리라
어르고 달래는 긴 시간이 지나
점점 순해지는 대팻날의 부드러움
매끈한 나무 속살과의 첫 만남
거친 아버지의 손등 위로
얇게 저며진 대패밥의 살가움
깎아놓은 나무의 뽀얀 살결
손수 만들어 주신
뽀얀
앉은뱅이책상의 그 따뜻한 기억

🌸
°°벚꽃 그 길에서 - 곽구비°°🌸

구름은 맘껏 흐르기에 싫증 나면
비를 만들어 예의 없이 보내기도 해
어제의 벚꽃들은 젖은 물기 가득
머금어 마지막을 훨훨 태웠지

인사를 하지 않고 떠나버린 일은
미련으로 남아 힘들어진다는 것
너는 알고 있었어 비 오는 날에도
내가 다녀갈 때까지 기다려주었지

떨리는 가지 끝에서 하얗게 하얗게
작별인사하는 꽃잎에
나의 미소를 담았어

네가 돌아가면
서둘러 아카시아 피어나고
너를 그새 잊을지 몰라
한 잎 가슴에 묻었지

🌸°°벚꽃이 훌훌 -나태주°°🌸

벚꽃이 훌훌
옷을 벗고 있었다

나 오기 기다리다
지쳐서 끝내

그 눈부신 연분홍빛
웨딩드레스 벗어던지고

연초록빛 새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
°°복사꽃과 벚꽃이 - 이해인°°🌸

복사꽃은 소프라노
벚꽃은 메조소프라노

두 나무가 나란히
노래를 부르다가

바람 불면 일제히
꽃잎을 날리며 춤을 춥니다.

나비와 새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꾼이 됩니다.

하하 호호 웃으며 손뼉 칩니다.

🌸°°벚꽃 - 김종덕°°🌸

벌거벗은 육체로 기다림을 맞는다
모질게 겨울을 버텨야만
환희에 도달할 수 있는 너
험악한 겨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

지나간 봄을 지울 수 없도록
사랑하고 속으로 삼켜 우는 너
빈 육체에 맺힌 망울
봄을 노래할까
겨울을 노래할까

사랑은 비켜가도
운명은 되돌아오는 것
비켜간 사랑을 길게 기다리는 너

🌸
°°벚꽃 - 가람:김창환°°🌸

얼마나 깊고 진한 사랑이었기에
미미한 봄기운에
금세 깨어난 넌
그 속내를 감추고
이렇게 눈부시게 화려하느냐

얼마나 깊은 그리움이었기에
혼을 놓아 피어나
금세 떨어져서
또 미련을
바람의 손길에 녹여 얹히느냐

🌸°°벚꽃 연가 - 정심:김덕성°°🌸

너무 아름다워서인가
아니면 너무 사랑해서인가
사랑의 절정 눈부심 환희의 벚꽃
의젓하게 미소 짓는다

4월 첫날 벚꽃 길에는
꽃향기 가득한 긴 터널 이루고
상춘객들 봄과 함께 벚꽃을
카메라에 추억을 담는다

기다리던 벚꽃이 피면
절로 사랑하고 싶은 간절한 가슴
그윽한 벚꽃향기에 취해 그만
떠날 줄 모르던 그리움이여

꽃잎을 깔아 놓은 꽃길
신부처럼 카펫을 사뿐사뿐 밟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랑의 노래
잔잔히 심금을 울린다


   🌸
°°벚꽃 길을 걷다 2  - 오남일°°🌸

꽃비 내리는 길을 걷다가
맑은 새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바람에 이리저리 딩구는 꽃를 보며
놓지 못하는 인연으로 주져 앉았다

목까지 차고 올라오는 어둠이
네온등 빛에 몸서리를 치고
꽃은 떨어져도 아름답기에
너를 놓음으로
혼자가 아니 길을 걷는다


🌸°°벚꽃이 날리며  - 한명희°°🌸

두 강물이 인연으로 만난
두물머리 강가에서

그대와 내 가슴 비에 젖어
바람불면 왈칵
쏟아내는 눈물

그대 손 잡아주지 못한 설움
저녁 강물에 스며
두고온 애달픈 마음자리
아슴아슴 돌아보게 하는지

🌸
°°섬벚꽃 - 김대원°°🌸

맑고 고운
분홍 햇살 한 입 머금고
하늘 아래 신선 그려 강산 꾸미는

흠도 티도 없는
저 밝은 웃음 웃음

깃발로 펄럭인다
줄지어 치닫는다
황홀하게 춤춘다
웃음꽃이 춤춘다

눈부신 은빛 분수로 품으며
길목 들녘 고을마다 토하는 웃음 강보
장엄하게 백설 풀며 4월에 앉아
그를 잡고 춤춘다 유년의 나비떼
긴 겨울 응어리진

가슴 녹이고
기다림의 목 매인 4월의 맥박
유리 안개 품는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무리무리 떼지어 행복을 품는다
벚꽃에 앉은 4월 부채춤 춘다


🌸°°벚꽃열차 - 강영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벚나무들만 병사처럼 도열해 있네
철길 위로 흩날리는 벚꽃들,

애인의 눈썹같이 달라붙어 좋지,
정말 좋지,
속삭이는 풍경은 미간 따라 달리네.

흰 나비 떼를 날려 보내는 기다림은
꽃으로 피네 날아가 앉을 곳 없는
붉은 지붕은 굳어진

어깨를 펴고
개찰구를 나서는 사람들의
파안(破顔)은 벚꽃처럼 터지네

두 줄기 평행선을 굴려온 바퀴는
여전히 나란한데 오래 발목 디딘
간이역이 아닌 듯 낡아가는
역사(驛舍)의 한 모퉁이가 활짝 피네.

장목터널 지나 벚꽃터널 어디쯤
스무 살 적 당신이 서 있을지 몰라,
더듬어 찾아간 터널이

한 순간에 환해지네.
나는 그 때 아주 어린 소녀였고
당신을 스쳐지나갔을 뿐,

웅크린 잠 속에서 만개한
내가 벚꽃인지, 벚꽃이 나인지,

아침부터 밤까지 바퀴 굴리는
벚나무의 고독한 영혼도 청춘의
날개 접은 사랑도 꽃꿈을 꾸는
여기는 진해역.

만(灣)으로 이어질 듯
뻗은 선로와 플랫폼,
임시매표소가 반갑게 맞아주는
종착역을 향해
벚꽃열차는 달리네.

이 세상이 아닌 듯, 아닌 듯,
눈부신 봄 속으로 진입하네.

🌸
°°벚꽃과 솜사탕 - 현상길°°🌸

강변이 숨가쁘게 물 긷는 오후
꽃물결 일렁이는 도시의 어깨 위로
구름 실은 자전거 바퀴 따라
햇빛 시린 동요 구르고 있다

겨울 속에서 걸어나온
음표들 미풍에 건들대며
사월의 빛살 달고 꽃가지 넘나든다

둥근 틀 돌아가는 여울 속으로
꽃잎들 뛰어들며 꿈 주워 춤춘다

감아 올리는 유년의 추억은
손가락 틈 사이 봄 향기 타고
햇솜처럼 사탕처럼 부푸는데
노래 함빡 머금은 소녀들 입가는
예처럼 꽃가루 범벅이다

강 언덕의 봄은
그리움이 언제나 달다

🌸°°벚꽃 - 권선환°°🌸

4월이 번식기인 모양일세

하얗게 물오른 산호초 무리가
속저고리 열어젖히고

뭍으로 뭍으로 기어올라
구름 덮고
수절하는 남정네

대낮부터
허리춤을 풀고 있네.

🌸
°°벚 꽃 - 신성호°°🌸

피었구나
곱게도 피었구나

하늘빛 닮아
아름답게 피었구나

하얀 얼굴 여린 입술
내 님같이 이쁘구나

벌 나비 너를 찾아
온 종일 즐거워 하니

나도 내 님 모셔다가
너를보며 기뻐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