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욕심--정용철
지금쯤,
전화가 걸려오면 좋겠네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 들려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편지를 한 통 받으면 좋겠네요.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 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 뒤 우체국으로 달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가면 좋겠네요.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
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겠네요.
그러면 누군가가 좋아하겠지요.
나도 좋아지겠지요.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
ㅡ* 마음이 쉬는 의자 中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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