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너무도 아파서 소리내지 못하여-이민숙
아파서 마음이 시리고 아파서
정리되지 못한 감정만이
얼음위에 시리게 떠 다니듯
피부 깊숙이 뚫고 들어와
동상처럼 살갗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리움이 베어진 상처에
콕콕 아픔처럼 살갗을 뚫고 들어와
벌써 눈물방울만 얼룩지고 있습니다
선혈처럼 붉은 그리움만 번지듯
벌써 흥건히 고인 너무도 선명한 아픔을
소리 내지 못하고 웅크린 채 토해내고 있습니다
많이 아플수록 소리 낼 수 없다는걸
아파 본 사람만이 알 수 있고
사랑해서 이별한 가슴만이
아무리 감추어도 드러 낼 수밖에 없는
상처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가슴에 붉은 꽃을 달고 피어 오르는
아픈 꽃망울이 꽃씨를 퍼트리기 전에
너무도 빨리 자라나는 상처의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 무게를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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