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 김수현
하루를 내려놓지 못해
아쉬운 가로등만이
축축이 젖어 버리고
눈물겨운 나의 노래는
이미 詩가 되어버린
사랑하기 시작한 날부터
내 심장은 투명한
핏줄 같은 세포 되어
달아올라 흐느낍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입니다
행여 당신 오시는지
소리 죽여 들어봅니다
비가 오는 소리였네요
아득한 빗방울 내 맘 알까요
차라리 비가 되어 당신 곁에
한없이 내리고픈 마음입니다
당신을 너무도 사랑하여
부질없는 욕심 쌓여만 가고
이토록 몸서리치는 몸살 되어
한줄기 詩로 대신합니다
당신과 나, 이 계절
어디쯤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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