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움♤

나태주 시인의 예쁜시 모음

행福이 2011. 10. 29. 15:54

너를 두고 / 나태주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오늘의 꽃 / 나태주

웃어도 예쁘고
웃지 않아도 예쁘고

눈을 감아도 예쁘다
오늘은 네가 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 나태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행복 /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아름다운 사람 / 나태주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선물 /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 이겠습니다.

아끼지 마세요 / 나태주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은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은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 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사랑에 답함 /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외로운 사람 / 나태주

전화 걸때마다
꼬박꼬박 전화를 받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입니다.

불러주는 사람 별로 없고
세상과의 약속도 별로 많지 않은
사람이 분명하니까요.

전화 걸때마다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은
더욱 외로운 사람입니다.

아예 전화기가 멀리 떨어져
새 소리나 바람소리
물소리 길을 따라가며
흰 구름이나 바라보고 있는
그런 사람이 분명할 테니까요.

들길을 걸으며 / 나태주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이제는 내 가슴에 별이 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어제 내 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 걸
나는 봅니다

나도 당신 발에 밟히면서
새로워지는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 앞에 여리게 떠는
풀잎이면 합니다

[ 나태주시인 약력 ]

* 1945년 서천 출생.

*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

* 시집 ‘대숲 아래서’ 출간 이후
‘풀꽃’,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출간.

*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