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움♤

따뜻한 시간들 - 김비주

행福이 2011. 11. 10. 10:27

따뜻한 시간들 - 김비주

고구마 당면은 모두 같지 않다.
상표를 익혀야만
제대로 맛을 기억한다는 걸
겪고 나서야 안다.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들
사이에 어머니표가 존재한다.

추르는 고양이의 마약 간식
눈빛, 표정, 몸짓이 달달해진다.

살아 있는 벅참이
솟구쳐 오르는 몸처럼,
가끔 존재한다는 건 먹는 것이다.

기억의 저편
어머니의 음식은
달달하고 깔끔했던 식혜
쑥의 모든 향을
쌀가루와 머물러 고슬고슬
쪄내던 봄소식 한편,

비오는
초여름 강판에 갈아서
부쳐내던 감자전의 따뜻한 떫은 맛

혀끝에
일던 침의 여운이 고이고
기억 속 파편들은 어머니와 존재한다.

어머니는
늘 따뜻하고 허전하고 그립다.

딸은 오후의 한편,
기억 속에서 잡채를
만들어 주던 나의 뒷모습
당면이 같지 않은 재료에

같은 맛을 내기 위해 모든
고명들을 섞으며 정성을 버무리던,

조금은 달달하던
시간을 함께한 기억을
어느 날 끄집어 내겠지
오늘 나처럼

봄빛이
산란스러운 창틀을 넘고
기억의 한편을 쌓다가
문득 서성이는 기억들 속에

어머니는
늘 또렷한 시간을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