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슬픔의 만다라 - 류시화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른 사람들은 너를 너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너를
너라고 부르지 않는다.
너는 내 마음
너는 내 입 안에서 밤을 지새운 혀
너는 내 안의 수많은 나
정오의 슬픔 위에
새들이 찧어대는 입방아 위에
너의 손을 얹어다오
물고기처럼
달아나기만 하는 생 위에
고독한 내 눈썹 위에
너의 손을 얹어다오.
나는 너에게 가서 죽으리라.
내가 그걸 원하니까
나는 늙음으로
생을 마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바닷새처럼 해변의 모래 구멍에서
고뇌의 생각들을
파먹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니다 그것이 아니다.
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내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넌 알몸으로 내 옆에 서 있다.
내게 말해다오
네가 알고 있는 비밀을
어린 바닷게들의 눈속임을
순간의 삶을 버린
빈 조개가 모래 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을
그러면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만 너를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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