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이쁜글◇

침묵으로 오는 당신 - 배찬희 시인

행福이 2013. 4. 22. 13:30

침묵으로 오는 당신 - 배찬희 시인


때론 천 마디 말보다, 그저
어깨 하나 내 주는 침묵이 더 좋지요.

가끔은 '사랑한다' 고백보다
고백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에, 후드득
더 쉬이 눈물이 쏟아지네요.

'나 여기 있어요'

호들갑스럽게, 손 흔들지 않아도
그대 이미 내 곁에 와 있는데
여시처럼 배시시 웃지 않아도

거대한 침묵으로
나를 잡고 서 있는데
그래, 가끔은 박하 분 내음
폴폴 날리는, 그 모습보다는
방금 세수한 말간 얼굴로
그 무향(無香)으로
그 백치(白痴)로, 오늘은
그렇게 내게 오세요

사락사락 치맛자락 끌고 오는 소리
삐그덕 문 여닫는 소리
휘영청 달 밝아오는 소리
그래요
활짝 열린 귀만 데려 오세요

이미, 내 눈은 멀어졌으니.
그대, 침묵으로 오셔도 소리는
보이지요?

나, 고백하지 않아도
출렁이는 눈빛은 들리지요.

'깜찍*이쁜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로가 꽃 - 나태주  (0) 2013.06.13
기다림 - 이성복  (0) 2013.05.28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0) 2013.04.22
설중매 - 함민복  (0) 2013.04.11
율곡이이가 말한 인생의 3대 불행  (0) 2013.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