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화..조병화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이 겨울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목련편지...박영식
새하얀 A4지를 장장이 꾸깁니다.
예쁜 뺨 적셔가며 푸른 편지 쓰는 봄밤
몇 줄은 뒤채는 이웃의 뼈아픔도 눕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삶이 무척이나 짧습니다
빛처럼 다가왔다 뚝 떨구는 꽃잎같이
누구나 그런 한 생이 찰나임을 모릅니다.
백열등 필라멘트가 갑자기 퍽! 나갑니다
더는 쓸 수 없는 가슴앓이 사연앞에
생멸(生滅)은
과연 무얼까 골몰하게 됩니다...
목련꽃 진다..최광임
아름다운 것이 서러운 것인 줄 봄밤에 안다
미루나무 꼭대기의 까지둥지
흔들어 대던 낮바람을 기억한다
위로 솟거나 아래로 고꾸라지지만 않을 뿐
바이킹처럼 완급하게 흔들리던 둥지
그것이 의지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이라고
의지 밖에서 흔들어대는 너
내 몸에 피어나던 목련꽃잎 뚝뚝 뜯어내며
기어이 바람으로 남을 채비를 한다
너는 언제나 취중에 있고
너는 언제나 상처에 열을 지피는 내 종기다
한때 이 밤,꽃이 벙그는 소리에도 사랑을 하고
꽃이 지는 소리에도 사랑을 했었다
서러울 것도 없는 젊음의 맨몸이 서러웠고
간간이 구멍난 콘돔처럼 불안해서 더욱 사랑했다
목련나무는 잎을 밀어 올리며 꽃의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는 것일까
이 밤도 둥지는 여전히 위태롭고
더욱 슬퍼서 찬란한 밤 또 어디서
꽃잎 벙그는 소리 스르르,
붉은 낙관처럼
너는 또 종기에 근을 박고 바람으로 불어간다
꽃 진다, 내가 한고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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