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무덤가에서..권말선
아직 나를 다 잊지 못하셨나요
아무 말씀도 없이 또
울기만 하시네요
지난 번의 국화가 까맣게 시들도록
나는 당신을 잊고 살았는데
당신 무덤에 풀잎은
많이도 자랐어요
당신만 아셨던 남은 사연과
두고 떠나시며 흘렸던 눈물과
다하지 못한 사랑이
이리도 파릇파릇하네요
내가 와도 울지 않으시면
그제사 당신이 다 잊고 가신줄
생각할께요
술을 부어 놓고
인사를 전하고
바람불고 가랑잎 지는 언덕위에
당신을 남기고 갑니다
차거운 빗방울이
내 볼에 내 손에
총총떠나는
발걸음마다에 툭 투둑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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