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이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 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 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별*외로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시]슬픈날의 편지 .. 이해인 (0) | 2007.04.25 |
---|---|
[슬픈시]슬픈사랑아,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구나..김영달 (0) | 2007.04.21 |
[슬픈시]나 이제 당신 놓아주려 한다..전영애 (0) | 2007.04.14 |
[슬픈시]진짠데..원태연 (0) | 2007.04.11 |
[슬픈시]비 오는 날 카페에서...이정하 (0) | 2007.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