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저녁은 친구가 그립다..이재현
꽃처럼 화사한 사랑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온종일 눈이 오는 날엔
그 어디엔가 잊혀 진 듯 소식이 없는
옛 친구가 불쑥 찾아왔으면 참 좋을라
둘이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웃음으로 붉게 물드는 이야기가 투박해도
눈이 쌓이듯 투실투실 젖살이 오르고
긴 강이 되어 들창 너머로 출렁일 때
이제 막 피어나 수줍을 타는 꽃
난향이 묻어나는 창가로 어둠을 보며
두 얼굴이 참 희한하게 닮아 갈 때
푸른 향 차 한 잔을 좋게 대접도 하면
이것을 멋 들이는 거 아니라하겠는가
쓸쓸한 저녁을 눈이 내리는 날은 그 누군가
잊혀져가는 사람이 눈물겹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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