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스크랩△

[스크랩] ‘서울대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교수 특별한 수업

행福이 2008. 3. 8. 10:02

 중앙일보 강인식.김상선] 4일 오후 1시 서울대 자연대 강의실. 전동휠체어를 탄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의 몸은 벨트로 휠체어에 고정돼 있다. 팔과 다리 역시 끈으로 묶인 채였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머리뿐이다. 루게릭병으로 온 몸이 마비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46) 교수. 그의 올 첫 번째 강의였다. 이 교수는 2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목 아랫부분이 완전히 마비됐다. 하지만 강단에 선 그는 능숙하게 수업을 진행했다. 언변도 뛰어났다.

 

이 교수는 휠체어에 연결된 ‘입김으로 작동되는 마우스’에 입을 갖다 댔다. 프로젝터를 통해 보이는 컴퓨터 화면의 커서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클릭, 더블 클릭, 드래그를 자유로이 하며 강의를 이어갔다. 마우스의 끝을 빨면 ‘왼쪽 클릭’, 불면 ‘오른쪽 클릭’, 두 번 빨면 ‘더블 클릭’이 됐다. 그의 입은 ‘10개의 손가락이 달린 손’ 같았다. 이날 해양지질학을 소개하는 ‘바다의 탐구’라는 강의를 위해 그는 9시간 동안 수업 준비에 매달렸다. 음성을 문자로 바꿔주는 ‘음성 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문장을 만들고 다듬었다.

지난해부터 이 교수 강의 조교를 맡고 있는 소병달(25·대학원 2년)씨는 “수업을 듣는 동안 선생님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잊을 정도였다”며 “몸이 건강한 나에게도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스로를 ‘리사이클(recycle·재활용) 인간’이라고 부른다. ‘제2의 인생을 덤으로 받았다’는 게 이유다.

2006년 7월, 그는 학생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지역 연구에 나섰다. 그가 몰던 차가 비포장도로에서 전복됐다. 차 지붕이 그의 목을 짓눌렀다. 사고 3일 만에 깨어난 그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사지가 마비된 것이다. 그는 뇌와 가까운 4번 척추를 다쳤다.

이 교수는 “몸뚱이는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내 인생도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놀라운 재기의 기회가 주어졌다. 같은 해 8월 이 교수는 LA에 있는 재활전문병원 ‘랜초 로스 아미노스’의 ‘컴퓨터를 활용한 재활센터’로 이송됐다.



센터에서 그는 입과 눈으로 작동할 수 있는 수십 가지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배웠다. 3주간의 피나는 훈련이 이어진 뒤 같은 해 가을 이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컴퓨터를 통해 죽은 것 같던 내 몸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교수는 머리만으로 예전처럼 연구와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서울대 측에 증명해 보였다. 그는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강단에 다시 섰다. 이 교수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요원한 줄기세포가 아니라 현실적인 정보기술(IT)이라는 것도 사고를 당한 뒤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수퍼맨’의 크리스토퍼 리브를 자신의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1995년 낙마사고로 척추를 다쳐 전신마비 상태가 된 리브는 재산을 털어 척추 질환자를 위한 재단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의사소통을 위한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300만원도 안 된다”며 “이를 알지 못해 고통 받는 장애인들에게 리브처럼 수퍼맨이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이상묵 교수=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MIT에서 ‘해양지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더럼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98년까지 활동했다. 2004년 서울대 교수로 채용됐다.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그는 1년에 3~4개월을 태평양·북극해·남극에서 연구활동을 했었다.

▶동영상 감상하기

▶강인식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kisnaru/

출처 : 멀지않은 시간에 너와 함께이고 싶어
글쓴이 : 나의비타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