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라는 말(言) - 이기주 버스 안에서 일흔쯤 돼 보이는 어르신이 휴대전화를 매만지며 '휴~'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는 모습을 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창밖 풍경과 전화기를 번갈아 바라보기만 할 뿐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어르신은 조심스레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우연히 통화내용을 엿들었는데 시집간 딸에게 전화를 거는 듯했다. "아비다, 잘 지내? 한 번 걸어봤다...? 대개 부모는, 특히 자식과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는 "한 번 걸었다"는 인사말로 전화 통화를 시작하는 경우는 상투적인 멘트를 꺼내며 말문을 여는 것은 아닐까. 행여나 자식이 "아버지, 지금 회사라서 전화를 받기가 곤란해요"하고 말하더라도 "괜찮아, 그냥 걸어본 거니까"라는 식으로 아쉬움을 드러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