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도종환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당신은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차라리 당신에게서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또 그렇게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남들은 그리움을 형체도 없는 것이라 하지만
제게는 그리움도 살아있는 것이어서
목마름으로 애타게 물 한 잔을 찾듯
목마르게 당신이 그리운 밤이 있습니다.
절반은 꿈에서 당신을 만나고
절반은 깨어서 당신을 그리며
나뭇잎이 썩어서 거름이 되는 긴 겨울 동안
밤마다 내 마음도 썩어서 그리움을 키웁니다.
당신 향한 내 마음,
내 안에서 물고기처럼 살아 펄펄 뛰는데
당신은 언제쯤 온몸 가득 물이 되어 오십니까.
서로 다 가져갈 수 없는 몸과 마음이
언제쯤 물에 녹듯 녹아서 하나 되어 만납니까.
차라리 잊어야 하리라 마음을 다지며
쓸쓸히 자리를 펴고 누우면
살에 닿는 손길처럼 당신은 제게 오십니다.
삼백예순 밤이 지나고 또 지나도
꿈 아니고는 만날 수 없어
차라리 당신 곁을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바람처럼 제게 오십니다.
'이별*외로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시]울면서 후회합니다 - 架痕:김철현 (0) | 2008.02.28 |
---|---|
[슬픈시]떠나간 사람의 발자국은..이재현 (0) | 2008.02.22 |
보고싶다 눈물이 날 만큼..백담 (0) | 2008.02.19 |
잊을 수만 있다면 ..이종근 (0) | 2008.02.16 |
하늘아, 보고 싶은 이 있단다..강명주 (0) | 2008.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