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보고 싶어서 - 김설하
숙명 같던 사랑도
시간이 흐른 후에 하찮아질 일이지만
비처럼 그리움이 창을 타고 내려서
기억이라고 썼다
주르륵 타고 내렸다
아픔이라고 썼다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보고 싶은 마음 씻겨지지 않아
창문 틈에 끼인 빗물처럼 나도 끼어
죽도록 보고 싶어서 김 서린 유리창에
슬픔이라고 썼다
봄비가 여린 이파리 위로 토닥토닥 내린다
내 아픈 가슴을 자박자박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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