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움♤

바닥 - 문태준

행福이 2011. 10. 11. 10:08

바닥 -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
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
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

후두둑 후두둑 듣는 빗소리가
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