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의 하루 - 이정규
해가 지려하네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
불기둥이 가리워지면
낮곤충들은 숨어들고
밤벌레들은 좋아라
합창소리 울린다
밤 바람이
양미간을 스치니
가을이 저만치 가는것을 느낄수 있어
옷깃을 여미어 잡아 당겨본다
터벅 터벅 걷는 발걸음은
주인을 잃은듯
제 갈길을 모르고
하루를 잡아 먹은 몸이
묵직함으로 밀려온다
이젠
피곤함이여
두눈 꼬옥 감았으니
내 곁을 떠나주렴
나 이제 새로운 아침을
맞으려 하니
아
또 다른 나의 하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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