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남에는 반드시 이별이 있습니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합니다. 만남 속에는 이별의 날카로운 얼굴이 숨어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별의 얼굴은 더 날카로워져 이별의 순간만을 엿봅니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이별의 얼굴이 지닌 눈빛은 날카롭습니다. 만남과 이별은 둘이지만 하나의 몸과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과 사가 둘로 나누어지는 게 아닌 것처럼 만남과 이별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는 만남을 너무 기뻐한 나머지 이별을 깜빡 잊고 살 뿐입니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때가 되면 느닷없이 나타나는 게 이별의 본성인 줄 우리는 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정작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면 두렵고 고통스러워 눈물을 흘립니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정호승 산문집]